배경
베트남전과 오일 쇼크로 1970년대 미국은 사회 문제, 경제 문제가 악화되었고 60년대까지만 해도 극소수였던 연쇄살인이 갑자기 대규모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이 작품의 배경이 1980년인데, 1980년 미국의 살인 범죄율은 10만 명당 10.2건으로 역사상 최악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보안관 벨 역의 토미 리 존스가 독백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합니다. '예전에는 보안관들이 총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조금 더 평화로웠던' 과거의 모습, 과거의 세상을 회상하던 존스는 한 소녀를 살해한 죄로 사형에 처해진 살인마를 체포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살인자의 반성 없음과 살인의 잔혹성을 한탄하는데, 이것만 봐도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르웰린 모스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베트남 전쟁 당시 제12보병대대 소속 저격수로 복무했던 남자입니다. 교외 지역의 한적한 곳에서 연하의 아내와 함께 트레일러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사냥을 나갔다가, 서로 총격전을 벌이는 바람에 죽어 쓰러진 갱들을 목격합니다. 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는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넣습니다. 그러나 이 가방을 찾는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살인마 안톤 시거.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쫒는 보안관 벨까지 합세 하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제목에 대하여
제목은 아일랜드의 시인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뜻은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게 변했거나 돌아가기 때문에) 노인이 살아갈 만한 나라가 아니다’에 가깝습니다. 이 구절에서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입니다. 만약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는 사회라면 그 곳에서 노인들은 대접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습니다. 우연을 통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누군가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곧 악몽이 되어 찾아오며, 시시때때로 저지른 이유도 목적도 공감할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매일 일어나는 곳이 우리가 사는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한 세상의 이치를 매우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즉, 제목의 의미는 '노인(지성인)이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나라는 없다'는 혼돈의 법칙에 대한 무미건조한 해설에 불과합니다. 제목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면, 왜 영화에서 혼돈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살인마 안톤 쉬거가 등장하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안톤 쉬거'라는 재앙적 존재를 통하여, 모든 사람은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질 수 없다는 사실의 가혹함을 보여 주려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의미의 제목에 걸맞게 늙은 보안관인 에드 톰 벨은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유의미한 결실도 맺지 못합니다.
이렇듯 시 구절에서 가져온 제목이어서 직역된 제목만 보고 내용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작품입니다. 대부분은 진짜 문자 그대로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오해합니다. 노인 복지에 관한 사회적인 내용으로 예상하고 감상했다가 전혀 다른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도 초창기에 적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원제가 워낙 긴데다 내포하는 의미 또한 함축적이어서 그런지, 영미권 이외의 국가에서 현지화된 제목을 보면 뭐 하나 일관성이 없이 죄다 따로 놉니다. 일본은 '노 컨트리'(ノーカントリー), 중국은 '늙은이가 기댈 곳은 없다, 대만은 '위험한 길에는 가까이 가지 말라', 홍콩은 '이백만 달러에 목숨을 잃은 기이한 사건', 베트남은 '숨을 곳은 없다'등입니다. 그나마 이 중에서는 중국판 제목이 원제의 뜻에 가장 가깝습니다.
줄거리
1980년 여름의 미국, 사막 한 가운데서 사냥 중이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의 베테랑 저격수 르웰린 모스는 사냥감을 뒤쫓다가 우연히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을 발견합니다. 현장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십여명이 죽어있었고, 차 안에서 살아남은 한 명은 총상으로 죽어가면서 모스에게 물을 달라고 애원합니다. 트렁크에서 대량의 마약을 발견한 르웰린은 사건에 개입되고 싶지 않았기에 서둘러 자리를 떴고, 다른 흔적을 따라 사망자 한명과 2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 돈가방을 주워서 집인 트레일러 주택으로 돌아옵니다. 르웰린은 이 행운이 있기 전에는 꽤 가난하게 살았던 듯, 집도 아닌 트레일러는 매우 초라해 보이고, 젊은 아내는 바가지를 긁습니다. 르웰린은 평소대로 잠들려고 하지만 죽어가는 생존자의 요청을 거절한 게 내심 꺼림칙했던지 물통을 가지고서 새벽녘에 현장을 다시 방문하는데, 때마침 사건 현장에 도착한 갱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총격전을 피해 간신히 달아난 르웰린을 추적하기 위해, 갱들은 남아있는 르웰린의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해서 추적하는 한 편 살인마 안톤 쉬거를 고용하고, 이후 이 참극을 발견한 보안관 에드 톰 벨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혼돈과 폭력의 결말로 치달아갑니다.
총평
국내외를 막론하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좋은 놈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메마르고 건조한 배경에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음악을(이 음악은 노인상점주인에게 동전 던지기를 제안하는 장면에서 한 번 더 삽입됩니다.) 제외하면 음악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 때문에 상당히 건조한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특유의 적적함으로 인해 사물을 만지고 흙길에서 걷는 장면 등은 마치 ASMR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실제로 유튜브에 총기 소리만 음소거한 여러 대화 장면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ASMR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이 꽤 있습니다. ASMattR란 유튜버는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중저음 안톤 쉬거가 주가 되는 장면인 그 유명한 슈퍼씬의 대화를 본인이 재현해내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매마른 분위기를 주고, 잠이 올 것 같기도 한 분위기지만 이 특유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유튜브에 장면에 BGM을 임의로 삽입한 버전이 있는데, 분명히 같은 영화임에도 분위기가 딴판입니다.
어째서인지 음악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영화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영화 초입부에 안톤 쉬거가 라마의 부보안관에게 체포되는 씬, 르웰린 모스가 밤에 사건 현장으로 다시 가는 씬, 잡화점 주인에게 동전던지기를 제안하는 씬, 델 리오에 진입하는 다리에서 새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는 씬, 엘패소에 있는 데저트샌드 모텔에서 루웰린 모스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곳에, 에드 톰이 도착하는 장면 등에 짧게 짧게 깔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