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작 과정
〈애니 홀〉은 우디 앨런 경력에서 주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여기서 그는 전작인 〈돈을 갖고 튀어라〉(1969), 〈바나나 공화국〉(1971) 같은 슬랩스틱(몸 개그) 코미디와 구분되는, “좀 다른 방식으로 웃기는, 좀더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관객에게 흥미롭고도 풍부한 어떤 다른 가치가 있는 영화”를 지향했던 그는 〈애니 홀〉 이후 다시는 초기 식의 슬랩스틱 코미디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영화 만들기에서 성숙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보았다. 그 점에서 〈애니 홀〉은 그의 두 번째 데뷔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디 앨런은 마셜 브릭먼과 공동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뉴욕을 함께 산책하며 이 영화를 구상했고, 실제 시나리오 작업은 번갈아가며 했습니다. 먼저 우디 앨런이 3, 4일 동안 시나리오 초고를 써서 브릭먼에게 보내면 그가 그 위에 다른 아이디어를 보태고 수정하여 다시 우디 앨런에게 보내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최종적인 시나리오는 초고와는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애초의 버전에서 앨비와 애니의 연애를 다룬 로맨틱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은 하위 플롯이었고 살인 미스터리가 드라마의 중심이었습니다. 우디 앨런은 최종적으로 〈애니 홀〉에서 완전히 삭제된 살인 미스터리 드라마를 이후 〈맨하탄 미스터리〉(1993)에서 되살렸습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우디 앨런은 애니 홀 역할에 다이앤 키튼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일단 영화 제목부터 그녀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다이앤 키튼의 본명은 다이앤 홀이고, 애니는 그녀의 별명이다. 그뿐 아니라 한때 연인이었던 다이앤 키튼과 우디 앨런의 실제 관계에 토대한 이야기에 실제 그들의 개성을 앨비와 애니 캐릭터에 반영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우디 앨런은 이 영화의 자전적인 요소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해왔습니다. (〈애니 홀〉뿐 아니라 이후 우디 앨런의 다수 영화가 그런 관점으로 해석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어김없이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해왔다).
촬영은 고든 윌리스가 맡았습니다. 당시 〈대부〉(1972)의 촬영감독으로 ‘어둠의 왕자’라는 불렸던 고든 윌리스와 코미디를 만드는 우디 앨런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여겨졌지만 그들의 협업 과정은 더없이 조화로웠습니다. 하나의 장면을 길게 찍는(롱테이크) 우디 앨런 스타일도 이 영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애니 홀〉의 평균 숏 지속시간은 14.5초로 당대 영화의 4~7초에 비하더라도 숏이 무척 긴 편입니다. 우디 앨런은 〈애니 홀〉 이후 〈맨하탄〉(1979), 〈카이로의 붉은 장미〉(1985) 등 총 8편의 영화를 고든 윌리스와 작업했습니다.
〈애니 홀〉의 초기 편집본은 40대에 접어든 한 남자의 실패투성이인 삶과 당대 문화에 대한 풍자에 초점을 둔 초현실주의풍의 영화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좀더 선형적인 서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남녀 관계에 초점을 둔 이야기로 방향을 선회하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제목도 성적 불감증을 의미하는 〈안헤도니아〉에서 여자주인공의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우디 앨런은 〈애니 홀〉의 최종 편집본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애니 홀〉은 앨런의 영화 중 〈맨하탄〉, 〈한나와 그 자매들〉(1986),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등과 함께 높은 수익을 기록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그의 최고 흥행작이기도 합니다. 또한 오늘날까지 로맨틱 코미디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며,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미국영화 31위, 가장 위대한 코미디영화 2위에 랭크되기도 했습니다.
2. 영화적 기법
〈애니 홀〉은 장르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스타일적인 실험으로도 영화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우디 앨런은 여기서 당대 주류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식 실험을 시도하였습니다. 우선 주인공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를 건네는 도입부부터 파격적입니다. 관객에게 말 걸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극장 대기줄 장면이 가장 유명합니다. 거기서 앨비는 그의 등 뒤에서 페데리코 펠리니 영화와 마셜 매클루언의 저서에 대해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남자 때문에 짜증이 나 있습니다. 급기야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이런 자와 서 있어야 할 땐 뭘 해야 하죠?”라고 관객에게 묻고는 극장 한구석에서 마셜 매클루언을 데리고 나옵니다. 물론 매클루언의 갑작스런 출현은 극중 리얼리티를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우디 앨런식의 유머는 이렇게 대놓고 리얼리티를 깨트리는 것에서 나오곤 합니다. 앨비가 바라던 대로 매클루언이 그 남자의 오류를 지적하고 나면, 앨비는 우리를 향해 “인생이 이렇기만 하다면야”라며 만족스러워합니다. 관객에게 말을 걸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영화임을 일깨우면서 동시에 마지막 대사로 실재와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흩트리는 이런 방식은 일반적으로 대중영화에서는 금기시되는 기법입니다.
극중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걸게 되면 이야기의 리얼리티가 깨지고 극중 몰입도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앨비가 앨리슨에게 속마음을 들켜버린 뒤 “이런! 눈치채버렸네요”라고 우리에게 털어놓거나, 애니와 말다툼을 하던 앨비가 “여러분도 들으셨죠?”라고 우리에게 동의를 구하는 장면도 앞선 극장 장면과 유사합니다. 이것의 변주로서 또 하나 재치 있는 기법은 앨비와 애니의 발코니 대화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그들의 속마음이 자막으로 제시되어 관객에게 이중의 서사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그 밖에도 행인들과 인터뷰를 나누거나 회상 장면에 현재의 그들을 등장시키는 것도 대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기법에 속합니다.
이러한 영화적 형식은 매끄러운 서사 진행을 방해하고 관객의 극적 몰입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영화에서 널리 사용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한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바라보도록 하여 관객에게 판단하고 해석할 기회를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관객이 영화적 형식을 알아채도록, 의도적으로 그 형식을 드러내는 것은 현대영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우디 앨런은 유럽 작가 감독들의 영화에서나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기법을 〈애니 홀〉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줄거리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인 앨비 싱어의 시점에서 진행이 됩니다. 앨비 싱어는 애니 홀을 사랑하다 이별을 한 후에 이별을 한 이유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을 합니다. 뉴욕에서 희극작가이면서 스탠드 업 코미디언인 앨비싱어는 테니스를 치다 상당히 뛰어난 미모에 패션센스를 겸비한 애니를 보고 첫 눈에 반합니다. 애니의 꿈은 가수였습니다. 애니 또한 앨비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들 둘은 연인이 되었습니다.
서로를 상당히 서투르게 대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서로 깊어지면 질수록 서로에 대한 성과 정체성에 대하여 혼란스러워합니다. 애니의 가수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앨비는 응원을 해주면서 공부를 하는 것을 권해 줍니다. 그렇지만 애니는 무엇이든 간섭을 하는 앨비가 못마땅합니다. 서로에 대한 싫은 점을 발견한 둘은 권태를 느끼고 애니의 대학교수로 질투를 느끼다 애니를 미행하는 일로 인하여 둘은 이별을 하게 됩니다. 앨비는 다른 여성을 만나는데 새벽에애니에게 연락이 옵니다.
애니는 욕실 거미를 잡아달라는 연락을 합니다. 앨비는 거미를 잡고 사실은 거미때문이 아니라 앨비가 보고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둘은 연인이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애니에게 앨범 제작 제안이 들어옵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납니다. 애니와 같이 먼 곳에 지내지만 그곳에 대한 불만으로 앨비는 뉴욕으로 옵니다. 이들 둘은 연인에서 친구로 되면서 둘은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친구로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감독 우디 앨런의 일곱 번째 영화이자 그 경력의 전환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신경증적인 유대인 코미디언 앨비 싱어와 자유분방한 성격의 가수 지망생 애니 홀의 1년간의 연애를 다루었습니다. 우디 앨런과 다이앤 키튼의 연기 조화, 지적이고 재치있는 각본, 고든 윌리스의 촬영, 카메라를 바라보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의 스타일 실험으로 주목받으며 아카데미에서 주요 부문 4개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디 앨런의 대표작이자 현대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으로 꼽힙니다.